2024.05.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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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시카고 타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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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시카고 타자기’



도깨비와 비슷한 전개, 신선도 ‘뚝’… “산만해” 지적도
시청률 2%대로 ‘민망’… 유아인·임수정 조합도 ‘글쎄’

유아인과 임수정. TV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이다.그런데 시청률이 4회가 되도록 2%다.전개가 느리지도 않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60분이 길게 느껴진다. 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방송가에서 ‘기대작’으로 떠들썩하게 관심을 모았던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가 막상 뚜껑을 열자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4회까지 방송된 현재 2%대 시청률에서 뱅뱅 돈다. 1회 2.6%, 2회 2.8%, 3회 2.2%, 4회 2.1%다.
채널 인지도와 접근성에서 tvN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OCN의 주말극 ‘터널’이 시청률 5%를 넘어섰으니 체면이 서지 않는다.
꽃 나들이 가는 계절, 이른 저녁인 오후 8시에 방송되는 약점을 감안하더라도 저조한 성적이다.

◇ “한발 뒤늦은 ‘도깨비’?”
이제 겨우 4회까지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시카고 타자기’는 ‘도깨비’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한겨울과 춘사월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다르지만, 두 작품 다 금토 오후 8시에 편성됐다. 전생과 현재를 오가고, 귀신을 보거나 느끼는 설정 등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TV 드라마에서 차고 넘치는 ‘시간 이동’을 또다시 써먹은 것 자체가 발목을 잡는데, 하필 지난 12~1월 대대적으로 사랑받은 ‘도깨비’와 인상마저 비슷하니 신선도가 떨어진다.
“붉은 기운이 느껴진다” “팥을 가져와” “또 이상한게 막 보여?” 등의 대사는 ‘도깨비’를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떠올리게 만든다.
‘도깨비’는 시청률 6.9%에서 출발해 역대 케이블 프로그램 사상 최고 시청률인 20.5%로 종영했다. 그만큼 족적이 뚜렷할 수밖에 없다.
소설가의 세계를 파고들어 ‘유령 작가’라 불리는 대필 작가를 소재로 활용한 것은 차별점. 제작진이 편집기술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려는 것도 알겠다.
그러나 전생의 인연 혹은 악연이 현생에도 이어지고 있는 듯한 이야기 전개는 ‘한발 뒤늦게 찾아온 ‘도깨비’로 보인다.
‘도깨비’가 고려시대를, ‘시카고 타자기’가 일제하 경성을 전생의 무대로 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 두 드라마가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전생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연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없다.
경성시대와 현재를 바쁘게 오가는 장면 전환에 “산만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어디서 본 듯한 요소들을 그러모았다는 점에서 “이맛도 저맛도 아니다”는 혹평도 피하지 못한다.

◇유아인·임수정 조합도 글쎄…고경표가 돌파구 되나
유아인(31)과 임수정(38)의 조합도 아직은 ‘글쎄’다.
두 배우 모두 연기가 적정 수위를 넘어선 느낌이다. 자연스럽기보다는 ‘연기를 위한 연기’처럼 보인다.
‘시카고 타자기’ 제작진은 유아인을 잡기 위해 삼고초려했다.
지난해 ‘육룡이 나르샤’ 이후 “군대에 가겠다”며 새로운 작품을 거절하고 있던 유아인에게 제작진은 “촬영하다가 영장이 나와 입대하게 되는 위험도 감수하겠다”며 강력하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 정성에 넘어간 유아인은 해병대 뺨치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찻잔에서 넘친 물이 테이블을 적셔버린 듯 뭔가 부담스럽다.
임수정은 여전히 청초하지만, 여전히 귀엽고 앙증맞다고 할 수는 없다.
‘최강 동안’은 아직 유효하나, 그가 7살 연하의 유아인보다 어린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임수정에게 그런 역할을 쥐여줌으로써 부담스러움을 배가한다.
이들에 비해 고경표(27)는 드라마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SBS TV ‘질투의 화신’에서 자신보다 열살이나 많은 조정석-공효진과 애정의 삼각관계를 대등하게 소화했던 고경표는 이번에도 유아인-임수정에 밀리지 않는 모양새다.
아직 비중이 많지 않지만, 그가 비밀 카드를 손에 쥔 듯한 설정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고경표가 연기하는 유령 작가의 실체가 드라마의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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